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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포스트 코로나 공모전] 장려상 작품
작성자 : 김호관
장려상, 간호학과 김보경 학생의 에세이 작품입니다.


[코로나19, 이전의 온기를 되찾는 방법]

간호학과/김보경

수업 시작 24분 전, 이제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야한다. 8시 50분까지는 화상 수업 미팅룸에 들어가 준비를 할 생각을 한다. 9시 수업이지만 자칫 인터넷 연결이 지연되거나 오늘따라 노트북이 말을 안 들으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깔끔히 보이도록 머리를 빗고 간단히 세수를 하고 나서 수업에 들어간다. 노트북 카메라의 화질이 좋지 않아 오히려 마음이 놓이는 아이러니함도 빼놓지 않았다.

이미 수업에 참여 중인 몇몇 동기들이 보인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교수님께서 출석을 부르신다. 인터넷 연결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지 오래지만, 교수님이 날 부르시는 목소리를 놓칠까 노심초사하며 한번 더 확인한다. 무사히 날 부르시는 교수님께 대답을 하고 본격적으로 수업 들을 준비를 하며 책을 편다. 오늘은 이대로 두시간, 그 다음 점심을 먹고 4시간만 지나면 수업을 마칠 수가 있다. 대략 오후 2시 정도가 되면 흐려지는 정신을 다잡으며 교수님 말씀을 경청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잘 버티고 난 후, 벌써 다음 수업의 교수님이 출석을 부르시는 시간이 되었다.

하루종일 노트북 화면에서 시선을 고정하고 한 자세로 앉아있는 내 모습이 마치 고등학생 때 뇌의 반쯤 다른 생각을 채운 채로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과 같지만 괜찮다. 언젠가는 실제로, 정말 살아 숨쉬고 있는 교수님과 동기들을 만날 수가 있을테니까. 실제로는 한 번도 대화는커녕 눈이라도 마주쳐 본 적이 없지만 학기의 반 정도가 지나니 화면 속 교수님과 동기들에게 내적인 친밀감마저 가지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생각과 함께 내가 꿈꾸던 캠퍼스 라이프가 점차 잊혀질 때쯤, 하지가 가까워 공기에 제법 더위가 더해지고, 나무들이 푸르러지는 6월 중순이 되어 1학년 1학기의 종강을 맞이했다. 그리고 생애 첫 종강과 함께 다음 학기는 무려 전면 대면 수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6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두 달이 조금 넘는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 열심히 방학의 여유를 만끽하는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계속해서 대면 수업에 대한 기대로 마음 한 구석이 설레었다. 개강 한달 전부터 무슨 옷을 입을지, 무슨 신발을 신을지, 무슨 머리 모양을 하고 갈지 고민했으니 이걸로 들뜬 나의 마음이 충분히 보여졌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학교에서 왕복 3시간 남짓 걸리는 우리 집에서 통학을 해야한다는 부담과 동기들과 마주할 생각에 긴장도 되었지만, 그것쯤은 대학교 1학년으로서의 캠퍼스라이프를 되찾아야하는 나에겐 적수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개강 첫날이 금세 다가왔고, 꿈에 그리던 대학생으로서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며칠 동안은 힘든 것도 모른 채 그저 동기들과 어울리는 것에 빠져 내가 원하는 ‘대학교 1학년으로서의 캠퍼스라이프’를 만들어가는 데에만 집중했었다. 하지만 항상 생각한 대로 되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희망과 기대로 가득 찬 대학교 1학년인 내가 간과한 사실들이 속속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달라진 것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이었다.

우선 코로나19 바이러스 델타 변이의 엄청난 확산세로 학교에 가는 것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학교로부터 멀리 사는 나는 아침에 만원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 혹은 그 이상을 옆 사람과 체온을 나누며 학교에 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렇게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르는 매일 아침마다 kf94 마스크가 가로막아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실 수 없다는 사실이 꽤 애석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스크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둘째치고 사람들의 날 선 눈빛에 긴장감까지 생기게 되었다. 바이러스가 버스 속 풍경을 전과는 다르게 채색한 것이다. 사람들의 얼굴은 마스크에 가려져있었지만, 나는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의심하는 표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느끼기에는 마치 흑백처럼 느껴졌다. 그 흑백 그림 속에서 아마 버스 안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 모두 마음속으로는 서로와 자신에게 의심과 걱정 섞인 질문을 해댔을 것이다. ‘저 아줌마, 왜 기침을 하지? 확진자인가?’ ‘ 아, 어제 술 약속에 가지말걸. 가게 안에 확진자 있었으면 어쩌지.’ 등등.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침묵만이 감돌아 버스 승하차 벨소리와 안내멘트만이 만원 버스 안 사람들과 함께 버스를 꽉 채웠다. 또한 사람들이 느끼는 감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버스가 꽉 차는데에 한 몫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 같은 사람 간의 미묘한 경계, 두려움 등 복합적인 감정은 사실 버스 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꽤 존재한다고 느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부터 사람이 모이는 장소라면 어디든 다르지 않았지만, 유달리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더욱이 그랬다. 마치 등하교 만원 버스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과 눈빛이 자주 보여 학교에서도 불편한 흑백 그림을 마주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런 탓에 동기들에게 건네고자 했던 따뜻한 인사말들은 채 나오지도 못해 그대로 마스크 속 입으로 다시 기어들어갔다.

이외에도 방역수칙, 방역패스, 백신접종 부작용, 영업제한, N인 이상 집합 금지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서 MT와 신입생 환영회는커녕 간단한 식사조차 4명이 넘으면 어려웠기 때문에 그토록 바라던 ‘대학교 1학년으로서의 캠퍼스라이프’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현재는 어떤가? 2022년, 어엿한 대학교 2학년이 되어 캠퍼스라이프보다는 전공 수업이 중요해진 나지만 언제부턴가 방역패스 해제부터 일상을 조여왔던 족쇄들이 사라져 한층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했다. 또한 ‘위드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 등 코로나19로 인해 겪었던 상처와 모두가 힘들었던 시기를 잊고 회복하여 활기를 되찾자는 움직임이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려고 했었지만, 이러한 일상을 누구보다 그리워했을 불특정 다수에게 흑백이 아닌 정성껏 오색빛으로 칠한 그림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래서 학기 중 대외활동을 통해 독거 중인 어르신께 방문하여 말동무 및 일상회복을 위한 취미 키트나 간단한 선물을 드리는 재가복지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어르신과 함께 하면서, 버스와 학교에서 느낀 차가운 경계나 두려움과는 달리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인간애, 사랑, 사람간의 온기를 정말 오랜만에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지만 받는 것이 벅찰만큼 크게 와닿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또한 과연 내가 이루지 못한 ‘ 대학생으로서의 캠퍼스라이프 ’에서 얻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사람들과 어울리며 얻는 즐거움 뿐이 아니라 제 색깔을 잃은 듯 조용한 세상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만 찾을 수 있는 진주 같은 감정인 ‘인간애’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을 하며 2학년 2학기를 마쳤다. 다시 학교에 가는 버스에 오를 때 쯤이면 3학년 1학기가 시작을 하겠지. 그때 쯤이면 창밖의 풍경은 온통 무채색인 지금과 다르게 초록나무와 노란 개나리로 뒤덮여 싱그러울 것이다. 흰색, 검은색 등 무채색인 사람들의 마스크도 kf94에서 비말차단 마스크로, 천 마스크로, 그리고 점차 싱그러운 웃음이 담긴 맨 얼굴로 바뀔 것이다. 다시 이전의 찬란한 희망과 사랑이 담긴 내일을 희망해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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